국민학교때 친구

from Everyday 2007. 9. 14. 22:33


이제 국민학교란 말도 사라지고 초등학교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엄연히 국민학교 세대이기에 꿋꿋이 국민학교라 한다.



각설하고...



국민학교 3학년때 내겐 친한 친구 두명이 있었다.
그중 한명은 남자였고 한명은 여자였다. 지금은 연락도 하지 않고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친구지만 아직도 난 그 두친구를 내 인생에 있어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책 읽기를 시키고 항상 독후감 숙제를 내어주던 3학년 시절 담임 선생님 배행자선생님.(이름이 가물가물한게 어렴풋이 기억난다.)
번호대로 자기가 쓴 독후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은 특별히 잘 쓴 독후감에 대해서는 잘 썼다며 칭찬을 해 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별것 아닌데 그때는 왜 그리 선생님 칭찬에 목말라 했었는지 그 칭찬 듣는 아이들이 부러웠었다.
나보다 먼저 발표한 두 친구는 선생님에게 잘 썼다며 칭찬을 받았다.그런데 내 독후감에 대해서는 칭찬을 하지 않으시는 것이었다. 어린마음에 서운한 맘이 컸었다. 그 때 두 친구가 내게 말했었다. 니 독후감 정말 잘 쓴거 같다며 좋은 발표였다고.....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보다 더 큰 힘을 줬다고 말해야 하나.... 아무튼 두 친구가 해 준 격려의 말에 스스로 생각하길 그래 나두 독후감 잘 쓴거야하고 위로했다.
누구보다 먼저 나를 격려하고 믿어주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것이 그 시절 나를 든든하게 해줬었다.




그 시절 우리집은 화랑을 하고 있었다.
요즘은 미술계가 불황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그때는 지금보다는 낳았던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우리 화랑에서 자주 전시회가 열리곤 했었다.
우리집에서 전시회를 할때면 두 친구는 언제나 놀러왔었다. 내 작품을 전시하는 것도 아닌데 꽃도 선물하고 축하하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린 녀석들이 참 대견하다.




한번은 셋이 모였을때 서로 좋아하는 사람을 고백하기로 한적이 있다. 그래서 서로 좋아하는 아이 이름을 말하는데 여자친구는 조금 망설이는듯 하더니 우리셋과 친한 친구 이름을 말하는 것이다. 왜 좋아하냐고 물은니 그 친구 사촌 누나가 친절해서 그렇다는 거다. 그 때는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사실 그 애가 좋아하는 녀석 사촌누가 우리들과 자주 놀아주고 아주 친절했기에 충분히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이유지만 말이다.
나중에 크리스 마스 카드를 받고서야 그 여자친구가 진짜로 좋아하는 아이를 알게되었다. 그건 바로 나였던 것이다. 처음에 카드를 주고 받았을때 서로의 카드가 궁금해서 서로 카드를 바꿔서 읽어 보았다. 그런데 그 여자친구가 우리들에게 준 카드중 유독 내게 준 카드만 내용이 달랐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들이란 아까 여자친구가 좋아한다고 말했던 녀석도 포함이다.)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그 카드. 그 중 고백의 내용이 아주 국민학생으로서는 해석하기 난감한 말이었다.

--->난 널 좀 만드는것 같아....




겨우 10년의 인생을 산 나에게 그건 김춘수의 시보다도 이해하기 힘든 문장이었다.
나만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는 물어보았다. 나만 내용이 다른데 왜 그런것이냐고... 또 이해하기 힘든 이 문장의 뜻은 뭐냐고....
날 좋아한다는 말이란다. 딴에는 고백을 했던 것이었다.
뭐 지금이야 망가진 나지만 그 시절만 해도 꽤 잘나가던 녀석이었으니 그럴수도 있는 일이었다. 후훗~
그 말을 듣고 내가 무슨 말을 해줬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그냥 무덤덤하게 웃고 말았던것으로 기억한다.




중1땐가 2학년때 그러니까 이사오기 전 그 아이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자기 기억하냐며 아버지 전시회 현수막을 보고 전화하는 것이라고. 아직도 화랑하고 있느냐고..... 그리고 잘 지내고 있는지....
전화할때는 언제나 쿨한 나 아닌가....
아~ 당근 기억하지. 오랜만이야~ 넘 반가운데 어쩌구 저쩌구.....
마치 어제 만났던것 처럼(김동률 노래 제목이군..) 얘기하니 의외의 반응에 조금은 놀라워했다. 첨에는 어색하지 않을까 무척 망설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편안함?에 놀랐다며 나보고 여자한테 무지 잘 대해 줄것 같다는 것이다. 냐하하~~ 한번 웃어주며 다정스레 받아주던 나.....




지금은 연락이 안 되지만 무지 보고 싶은 친구들이다.
어린시절 나를 믿어주고 신뢰하고 격려 해 줬던 녀석들.....
지금 뭘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 녀석들 아직도 내 머릿속 한구석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
내게 희망을 준 친구들. 만나면 어색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편안한 웃음을 지을수 있는 그런 녀석들이 아닐까 생각된다.
정말 나를 생각해 주고 나를 배려해 주고 내가 원하던 것을 이뤄주고 내가 바라던것을 해주고 나를 진심으로 아껴줬던 두친구.
잘 지내고 있길 바란다.


 Sunday보다 신나는 Jund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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