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정리를 하다 찾아낸 훈련소 일기
취침시간에 쓰다가 조교한테 걸려서 혼나기도 하고 잠이나 자라고 동기들한테 핀잔도 들었지만
그래도 편지봉투를 받은후 시간 날때마다 훈련소에 있었던 일을 기록했다.
소등된 상태에서 쓴것이라 글씨도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이렇게 블로그에 올려서 나름 힘들었던 훈련소 기간을 추억해본다.


눈병
중대내 눈병환자가 많이 발생하여 비상이 걸렸다. 단 한명의 눈병 환자가 입소를 하였는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 중대 전체(약200명)에서 눈병이 걸린 사람이 16명이나 늘어났다. 더 이상 눈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위해 중대에서 내린 결정은 눈병 환자 격리 수용과(왠지 어감이 안 좋지만) 그리고 나머지 눈병이 걸리지 않은 훈련병에 대해서는 훈련후 식사전후 손을 깨끗히 씻게 하는 것이다.
"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는 속담이 어울리는 상황일까.
훈련소 생활은 불결하기 짝이 없다. 런닝이 젖을만큼 땀을 흘려도 샤워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샤워는 커녕 세수조차 마음 편히 넉넉히 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눈병이 전염되지 않은것이 오리혀 이상하지 않은가. 다행히 다들 건강한 나이대라서 또 다른 질병이 발생하지 않는것이 다행일 뿐이다.



훈련소에서 4주차 훈련병에 대해서만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전투복, CS복, 전투모, 활동화, 판촉우의, 하이바들 전부 그전 기수들이 사용해 오던 것들이다. 물론 4주차 훈련병들에게 하나하나 새것을 지급하다면 예산이 엄청 날 것이다. 이런 사정이야 이해가 가지만 그리 달갑지 않은 문제이다. 물론 속옷이나 세면도구는 새것으로 주지만 속옷만 깨끗히 입는다고 세면도구만 새것으로 쓴다고 청결성이 보장되는 것일까.. 미리미리 깨끗히 씻을 시간을 주고 훈련에 신경쓰는 정도의 반만이라도 청결에 신경을 썼다면 눈병 전염이 급속히 확산되는 이런 상황이 생겼을지 의문이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외부인 몇몇이 훈련소내에서 눈에 띄었다. 입소 일주일만에 보는 여자 세명. 사회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여자를 보지 않았던 적이 없다. 그래도 여전히 눈은 높아 일주일만에 보는 여자라 할지라도 그리 이뻐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지나가며 자연스레 돌아가는 고개는 본능이 이성보다 한 발 앞이란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PX에 근무하는 아줌마가 있는데 몸매도 좋고 이쁘다는 소리가 들린다. 녀석들 굶주렸구나.



의 성장기 라는 설문지 작성 질문 사항에 이런 질문이 있다. 이성 친구는 몇명이지 애인은 있는지. 그런데 여자친구와 애인을 구분하는 기준이 같이 잔적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또 다른 질문 중 하나. 여자와 몇번이나 잤는지.... 옆에서는 어떻게 그걸 기억하냐고 푸념을 늘어 놓는다. 그래. 너나 나나 기억이 없는 것은 똑같구나. 너는 너무 많아서 아예 기억이 없고 난 기억할 필요도 건덕지도 없고.



훈련소에서의 훈련은 그리 힘든것이 없다.
다만 모든것이 처음 접해보는 것이고 40명이 넘는 인원이 훈련을 하다보니 하나로 단결된 모습을 보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들만 제외하고는 훈련하는데 있어서 죽을만큼 힘들거나 고도의 두뇌를 필요로 하는 일이 없다. 오히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훈련이 즐겁고 재미있다. 물론 얼차레나 단결되지 않은 소대모습을 보일때를 제외하고 말이다.
지금 여기서 이런 경험을 하지 않으면 다시는 없을 기회. 후회도 없고 불평도 없다. 그러나 말이다. 4주라는 전제조건이 붙을때에나 즐겁고 재미있을 뿐이다. 현역처럼 6주 훈련에(그래 6주까지는 참는다.) 자대생황 1년 7개월 남짓... 후~~ 한숨이 절로 나오며 정말 그날이 올까는 생각이 들뿐이다. 사회에 있을땐 군대 간 친구들이 너무 자주 휴가를 나오는 것 처럼 시간이 빨리 가더니 이 곳 안에서의 시간은 하루가 한달같이 느껴진다.


오후쯤 되어 생각해 보면 아침식사를 하고 아침 교육을 받은것이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진다. 마치 하루가 아침, 점심, 저녁 사흘로 나눠진 것만 같다. 아마 훈련병이라 특히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병장쯤 되면 마음도 편하고 내무실 생활도 편해 크게 터치하는 사람이 없어 그나마 그나~마 시간이 빨리 느껴질 텐데. 훈련병은 24시간 조교의 감시 아래 항상 긴장을 해야 하니 사회에서는 어느새 지나가 버리던 한달이라는 시간이 훈련병에게는 너무나 오랜 고통의 시간이다.



일주일 이제 1m도 안되는 좁기만 하던 잠자리도 익숙해지고 밤잠 설치며 잠 못 이루던 것도 어느정도 이겨나가고 있다. 이속에서 4주동안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벼해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리 큰 변화는 원하지 않는다. 단지 내게 있던 단점들만을 고쳐 나가고 싶을뿐.


 Sunday보다 신나는 Jund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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